제203대대
"앵무새짓 열심히 하세요" 이 소리에 또 한 번 손을 놓는다. 그동안 열심히 방패로 막아주었는데, 애써 좋게 해석해주기도 하고, 보고를 걸러주는 짓도 했다. 그럴 의무도 없고, 그래야할 이익도 없다. 오히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건조한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 실제로 건조해지란 소리도 종종 들었고. 이제 부터 벌어질 일은 무엇일까? 그동안 방패를 쳐주던 사람이 입을 다문다. 덮여있던 눈이 녹고 맨 땅이 드러난다. 이젠 '저 년도 놨구나'란 정보가 퍼진다. 오죽하면 저렇게 되니..하고 동정을 받을 수도 있다. 새로 바뀐 사람들은 애착도 없다. 같이 보낸 시간도 거의 없으니 그런 게 존재할 리 없다. 말 그대로 '법대로, 규정에 의해'의 시작이다. 안타까움도 사라진 지금은 걍 등짐이 가벼워진..
갠적으로 완벽한 도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개인사양으로 만드는 데탑이라면 모를까, 완제품으로 나오는 노트북의 경우 이게 좋으면 저것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완벽함을 추구하기 보단 개인의 R.O.C(작전요구성능)에 맞게 가장 최선의 길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찰기로 쓸 거냐, 폭격기로 쓸 거냐, 아님 제공전투기로 쓸거냐에 따라 가장 적합한 것을 찾을 뿐입니다. 간혹 리뷰나 댓글에서 정찰기에 폭장량이나 전투성능이 부족한 걸 따지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젠 그러려니 넘깁니다. 화를 내야 뭐하겠어요. 각자 인생인데. 요가북은 이제 두 번째입니다. 2016년에 원고료를 기다리며 예약구매를 해서 지금까지 잘 썼습니다.(돈이 늦게 나와 예약을 취소하려는 차에 발송되었다는 문자..
요즘 피로감이 크다. 환경이 바뀌면서 쌓인 것들이 서서히 밀려오고 있다. 뭐 어찌보면 당연하다. 늘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쌓인 것들이 좀 익숙해졌나 하는 시점에 터져나온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조금만 지나면 적응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엣 지인들 100명 모아놓고, '요즘 8시쯤에 잡니다'라고 하면 몇 놈이나 믿겠나. 덕분에 책을 읽는 것이 매우 느려졌다. 아에 손도 못대는 날도 있고. 책 살 돈이 생기니 오히려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
요즘은 호고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다. 책값을 벌어야 하니까 뛰어다니니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졌다. 어떻게든 읽는데, 예전만큼은 못 읽는다. 그래도 그게 어디랴. 다만 책을 읽는 재미는 늘었다. 이런 상황 상 최신 유행과 같이 하는 공부는 어렵다. 대신 어려우니까, 유행을 타지 않는,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할 수 있다. 사료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 역시개론같은 걸 파고 들게 되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거기에 이래저래 모아놓은 게 도움이 될줄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가를 뒤지다가 '아니 이 책도 샀었냐'라며 놀라 자빠지는 지경이다. 사실 연말과 연초 사이에 써야하는 글도 있고, 오늘 낮에 밑줄이 쳐져 돌아온 원고도 있다. 그래도 해야하는 거고.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읽던 사료를 다른 방식으로 읽는..
그 짤을 못찾겠다. 나를 돈으로 살 생각인가? 그 대사 후에 거부할 수 없는 돈이었다로 끝나는 짤. 돈은 자유다. 사기 식화열전에도 그리 나오지 않던가. 옷자락이 길 수록 춤도 폼이 난다고. 일을 하고 있다. 이리저리 망가진 후에 찾은 일이긴 한데, 거의 인형에 눈붙이기 수준이다. 오늘 지인을 만나 요즘 하는 일을 이야기하니 개탄 수준의 반응을 보이더라. 어차피 죄짓는 것도 아니고 떳떳한 일이다. 그리고 그 전에 하던, 문장으로는 우아해보이는 일보다 더 큰 자유를 주었다. 시간은 좀 모자르나 어차피 그 시간을 보낼 돈이 없으면 집에서 누워있어야 겨우 생존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때 그 돈으로 무얼할 수 있었던가. 존중은 받았는가? 쓸데 없는 회의란 걸 하고나면 오만 잡생각은 다 들었다. 그따위로 말하려면..
보름가까이 뒹굴뒹굴하면서 놀고 있었다. 이래저래 벽에 부딛힌 느낌. 하도 누워있었더니 더 아프다. 온 몸이. 의욕을 잃었다고 해야하나, 아니 멘붕이 왔던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돌이켜보면 이래저래 막히거나 퇴자를 맞으면 한동안 일을 멈추고 폐인모드로 강제이행 상태가 되긴 했다. 아.. 장비를 정지합니다.. 인가. 누군가는 멘탈이 강하다고 했지만 강했으면 이럴 리가 있나. 최근에 방향을 잡으려고 머리를 굴리는데 의외로 안풀린다. 이게 그 놈의 후유증인 무기력 증상인 것 같다. 때론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정작 진척은 안나간다. 요즘에 감이 돌아오는 낌새지만 그게 진짠지 착각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조만간 책 편집 들어가기 전 미팅이 있는데, 그 전에 다음 원고 가닥을 잡아야 하지만 안풀린다. 아니..
많이 요동치다보니 시간이 흘렀다. 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늘 겪던 거다.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이제 앞에 쌓였던 책을 내놓으니 차례가 온 것이다. 본격적으로 편집 들어가기 전에 조율하는 자리를 갖자고. 어제까지만해도 누가 어케 되어가냐 물으면, 계약 물리자는 얘기 없는 거 보이 나오기는 할라네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젠 줄여 대답을 해도 될 참이다. 나오기는 할랍니다. 물론 빨리 나와도 추석 전엔 힘들겠다. 올해 책 세 권은 내자고 했는데 두 권이면 선방이다. 타율이 6할인걸(백인천보다도 위다! 백골프보다도!!) 아직도 첫 줄도 적지 못했으니 연말까지 원고만 넘겨도 짐순승리 수준이다.
월요일에 다녀온 소양댐.사람들이 드문 곳에서 자리 펴고 책읽는 데, 평일인데도 요즘은 관광객이 많다. 하도 소란스러워 한 두시간 참고 하늘과 물보다, 책 읽다가 돌아오는데구름이 먼 곳 한 점밖에 없었다.
간만에 이 노래를 듣는다. 작년 연말 이후 신작을 한 편도 안보고 반년 가까이 보내는 중이다. 한 번 안보게 되니, 그걸 다시 이어가는 것도 참 어렵다. 아주 절박해지진 않았지만(어쩌다보니 희박해진 것이라 해두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고. 모르겠다. 유루캠 2기가 나온다면 닥치고 다시 애니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젠가는 캠핑카를 사서 그걸로 여행을 다닐꺼란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지만(운전면허, 아니 가장 중요한 돈이 없다만) 그게 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다. 어쩌면 전면자율주행차가 보급된 먼 훗날에야 겨우 이룰 수 있을까? 그냥 강가나 바닷가로 끄고 가서 거기서 책상 펴놓고 책읽고 글쓰고 돌아오고, 여행이랍시고 가봐야 유적지일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