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3 대대 일지 (14)
제203대대
"앵무새짓 열심히 하세요" 이 소리에 또 한 번 손을 놓는다. 그동안 열심히 방패로 막아주었는데, 애써 좋게 해석해주기도 하고, 보고를 걸러주는 짓도 했다. 그럴 의무도 없고, 그래야할 이익도 없다. 오히려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건조한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 실제로 건조해지란 소리도 종종 들었고. 이제 부터 벌어질 일은 무엇일까? 그동안 방패를 쳐주던 사람이 입을 다문다. 덮여있던 눈이 녹고 맨 땅이 드러난다. 이젠 '저 년도 놨구나'란 정보가 퍼진다. 오죽하면 저렇게 되니..하고 동정을 받을 수도 있다. 새로 바뀐 사람들은 애착도 없다. 같이 보낸 시간도 거의 없으니 그런 게 존재할 리 없다. 말 그대로 '법대로, 규정에 의해'의 시작이다. 안타까움도 사라진 지금은 걍 등짐이 가벼워진..
요즘 피로감이 크다. 환경이 바뀌면서 쌓인 것들이 서서히 밀려오고 있다. 뭐 어찌보면 당연하다. 늘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쌓인 것들이 좀 익숙해졌나 하는 시점에 터져나온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조금만 지나면 적응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엣 지인들 100명 모아놓고, '요즘 8시쯤에 잡니다'라고 하면 몇 놈이나 믿겠나. 덕분에 책을 읽는 것이 매우 느려졌다. 아에 손도 못대는 날도 있고. 책 살 돈이 생기니 오히려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
보름가까이 뒹굴뒹굴하면서 놀고 있었다. 이래저래 벽에 부딛힌 느낌. 하도 누워있었더니 더 아프다. 온 몸이. 의욕을 잃었다고 해야하나, 아니 멘붕이 왔던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돌이켜보면 이래저래 막히거나 퇴자를 맞으면 한동안 일을 멈추고 폐인모드로 강제이행 상태가 되긴 했다. 아.. 장비를 정지합니다.. 인가. 누군가는 멘탈이 강하다고 했지만 강했으면 이럴 리가 있나. 최근에 방향을 잡으려고 머리를 굴리는데 의외로 안풀린다. 이게 그 놈의 후유증인 무기력 증상인 것 같다. 때론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정작 진척은 안나간다. 요즘에 감이 돌아오는 낌새지만 그게 진짠지 착각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조만간 책 편집 들어가기 전 미팅이 있는데, 그 전에 다음 원고 가닥을 잡아야 하지만 안풀린다. 아니..
많이 요동치다보니 시간이 흘렀다. 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늘 겪던 거다.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이제 앞에 쌓였던 책을 내놓으니 차례가 온 것이다. 본격적으로 편집 들어가기 전에 조율하는 자리를 갖자고. 어제까지만해도 누가 어케 되어가냐 물으면, 계약 물리자는 얘기 없는 거 보이 나오기는 할라네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젠 줄여 대답을 해도 될 참이다. 나오기는 할랍니다. 물론 빨리 나와도 추석 전엔 힘들겠다. 올해 책 세 권은 내자고 했는데 두 권이면 선방이다. 타율이 6할인걸(백인천보다도 위다! 백골프보다도!!) 아직도 첫 줄도 적지 못했으니 연말까지 원고만 넘겨도 짐순승리 수준이다.
월요일에 다녀온 소양댐.사람들이 드문 곳에서 자리 펴고 책읽는 데, 평일인데도 요즘은 관광객이 많다. 하도 소란스러워 한 두시간 참고 하늘과 물보다, 책 읽다가 돌아오는데구름이 먼 곳 한 점밖에 없었다.
간만에 이 노래를 듣는다. 작년 연말 이후 신작을 한 편도 안보고 반년 가까이 보내는 중이다. 한 번 안보게 되니, 그걸 다시 이어가는 것도 참 어렵다. 아주 절박해지진 않았지만(어쩌다보니 희박해진 것이라 해두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고. 모르겠다. 유루캠 2기가 나온다면 닥치고 다시 애니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젠가는 캠핑카를 사서 그걸로 여행을 다닐꺼란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지만(운전면허, 아니 가장 중요한 돈이 없다만) 그게 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다. 어쩌면 전면자율주행차가 보급된 먼 훗날에야 겨우 이룰 수 있을까? 그냥 강가나 바닷가로 끄고 가서 거기서 책상 펴놓고 책읽고 글쓰고 돌아오고, 여행이랍시고 가봐야 유적지일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
금주는 감정의 슬럼프를 겪는 중.이런 저런 일도 있고, 잘 풀리지 않는 것도 있고.은거아닌 은거를 하게 되고. 누워서 활자를 보는 게 아니라 천장의 무늬를 헤아리는 짓을 하고 있다..
더위를 타는 것은 추위를 타는 것보다 더 불리하다. 겨울에는 미친듯이 틀어대는 히터, 여름에는 내가 추우니 끄라는 사람들의 노성. 이래저래 꼬이면 모두 찜통에 들어가는 것이지. 한 번은 여름에 포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한 명이 에어컨에 대해 항의하자 그 다음부터는 모두 땀을 흘리며 목적지까지 간 적이 있다. 추우면 껴입을 수 있지만 더우면 벗는 것도 한계다.
오늘 새 원고의 구성안을 보냈다. 사실 한 달 가까이 아무 것도 안하고 있었는데, 오늘 몇 시간만에 만들었다. 한 달 동안 아무 생각도 안나고 멍하니 보냈는데 결국은 돈이다. 돈이 머리를 돌게 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윤활유인 것이다. 그동안 정말 녹슬고 엇나간 것처럼 전혀 돌지 않았으니 말이다. 새 원고를 위한 자료를 구하다보니 수입은 박살났는데 돈이 매우 필요하달까. 지난 번에 맡긴 것으로도 모자라 한 두어번은 더 화일을 만들어야 하고, 또 새 책도 필요하다. 빨리 계약을 해서 계약금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 이건 또 어케 될라나. 예전에 어린이용 책도 두어 번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도 이야기가 진척되면 매우 좋겠다만. 사놓고 보지 않았던 자료를 이제야 보는데 1년 가까이 집중력이 박살난 상태라 ..
원고를 수정하고 도판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1차는 끝났다. 종이에 적은 것은 소포로 보내고 도판은 메일로. 아침에 일어나니 무사히 도착했다는 우체국 문자가 온다. 아주 편리한 세상이다. 다음 글은 정해졌은 쉬이 나가지 않는다. 작년 후반부터 동력은 사라지고, 한 두 번 크게 망가진 후유증이라 최소한의 자동항행은 가능하지만, 출력을 풀가동하며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겉으로야 다 나은 것처럼 살아간다만, 내상은 정말 아물지 않는다. 아아팠던 것처럼 행동하긴 쉬워도 회복을 빨리할 능력은 없다. 뭐 70~80%까진 급속충전이 되지만 그 이후부턴 충전이 되지 읺는 망가진 전지마냥. 기본적으로 읽어야할 책은 얼추 읽었다지만 까먹은 것도 있고, 또 다시 읽을 때맏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르고, 또 해석이 바뀐다. 한 ..